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새로운 정보를 줄 기상 관측기

글 : 프레디 윌킨슨 사진 : 마크 피셔

등반대원들은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폭풍우를 생성하는 바람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해주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기상 관측기를 설치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 동안 그들은 다양한 고도에 다섯 대의 관측기를 세웠고 그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티베트고원 위로 동이 틀 무렵 에베레스트산 남동쪽 능선에서 등반가 세 명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래로 1.5km 떨어진 지점에서는 구름띠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두꺼운 방한복 차림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헤드램프를 차고 있는 세 사람은 이 장관에 눈을 돌릴 여유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가지고 간 산소가 부족했고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한 에베레스트산의 날씨가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2019년 5월 말 네팔 쪽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 오르기를 바라며 몰려든 많은 등반객 때문에 일정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들은 정해진 규칙대로 도구와 장비를 풀고 세밀하게 짠 계획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기상 관측기를 세우기 시작했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 동료의 배낭을 뒤지던 베이커 페리(44)에게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는 미친 듯이 배낭 안을 다시 뒤졌다. 작지만 아주 중요한 장비 두 개가 보이지 않았다. 관측기의 중심 기둥과 풍속 감지기를 연결하는 2.5cm짜리 알루미늄 관이 사라진 것이다. 페리와 그의 동료 톰 매튜스(32), 셰르파 파누루(53)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일제히 산소가 부족해진 뇌를 가동해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기후학자인 매튜스와 페리는 이 순간을 위해 몇 달을 준비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진은 높이 2m, 무게 50kg인 기상 관측기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서 맞게 될 엄청난 추위와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대부분의 부품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만들었다. 미국과 네팔에서 설계를 점검했고 등반대 대장 파누루가 이끄는 등반대와 함께 기상 관측기를 세우는 과정을 공들여 연습했다.

세 사람이 이렇게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등반을 감행한 이유는 고지대의 자료를 꾸준히 확보하지 못하는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였다. 과학자들은 날씨의 가장 기본적인 변수인 바람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해발 8850m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은 아열대 제트 기류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몇 안되는 봉우리에 속한다. 이 기류는 지구를 두르고 있는 강력하고 좁은 바람대로 폭풍의 경로부터 농번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해발 5000m 이상에서 거대한 빙하가 유지되는 데 도움을 주는 강설의 유형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이런 수수께끼를 풀어줄 도구를 만들었고 그 도구를 세계의 지붕까지 갖고 왔으며 현재 아열대 제트 기류가 지나는 경로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 풍속 감지기를 부착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빙하 수문학자 잉카 코크가 에베레스트산에서 가까운 봉우리인 로부체 정상에서 눈 표본을 채취하고 있다. 코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학자들이 에베레스트산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물의 화학적 구성을 연구할 수 있도록 에베레스트산과 쿰부 빙하 지역에서 100여 개의 눈과 물 표본을 채취했다.
ERIC DAFT
매튜스와 페리는 에베레스트산을 탐사하는 야심 찬 과학 프로젝트의 참가자로 이곳에 왔다. 두 달 동안 본 협회와 롤렉스가 진행한 퍼페츄얼 플래닛 에베레스트 탐사 프로젝트에는 에베레스트산과 인근 쿰부 계곡의 다양한 고도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한 지질학자, 빙하학자, 생물학자, 지리학자, 기후학자를 포함해 34명의 과학자가 참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과 같습니다. 우리는 에베레스트산에서 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변화 연구소 소장이자 에베레스트 탐사 프로젝트의 팀장인 폴 메이유스키(72)는 말했다.

메이유스키의 지휘 아래 매튜스와 페리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새로운 과학적 시도를 하기 위해 셰르파 파누르와 여러 현지 등반 안내인들과 협력했다. 이 연구진은 베이스캠프(해발 5270m 지점) 주변에 자동 기상 관측기를 두 대 설치했고 서로 다른 고도에 있는 세 곳(해발 6464m 지점의 서쪽 권곡에 있는 제2캠프, 해발 7945m 지점의 사우스콜에 있는 제4캠프, 그리고 정상)에도 연속적으로 관측기를 설치하고자 했다. 관측기가 측정한 자료들은 미국에 있는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고 결국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오르는 지역에 속하지만 우리는 5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어느 날 오후 베이스캠프에 있는 통신 시설을 갖춘 텐트에서 메이유스키는 말했다.

아시아의 산악 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빙하는 해발 5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생성된다. 해마다 고지대 분지에 내리는 눈과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내리는 비가 다시 빙하를 만들면 그 빙하가 수천 만 명이 넘는 아시아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한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해당 지역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예측하려면 연구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상 자료가 필요한데 실제로 이런 자료는 거의 없다.

매튜스는 히말라야산맥의 빙하에 눈이 쌓인 곳에서는 관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한 히말라야산맥 6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작동 중인 관측기는 몇 대밖에 없으며 우리가 관측기를 설치할 무렵에는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메이유스키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의미 있는 현장 과학 연구’를 진행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해발 7925m가 넘는 곳에서는 산소가 부족하고 섬세한 운동 능력과 높은 수준의 의사 결정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돼 아이젠을 묶는 것처럼 간단한 일도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수 있다.

“등반객들은 그저 정상에 올라가 사진을 몇 장 찍고 가능한 한 빨리 하산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기상 관측기를 설치하는 일은 “산 정상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일곱 번 오른 본지의 등반대 대장 피트 애던스는 말했다.

메이유스키는 기상 관측기를 설계하고 설치하기 위해 미국 애팔래치아주립대학교 소속 기후학자인 페리와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소속 기후학자인 매튜스에게 연락을 했다.

“방탄 기능을 갖춘 기상 관측기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페리는 말했다. 10년 전에 이탈리아 연구진이 사우스콜에 기상 관측기를 세웠지만 바람에 날린 작은 돌들이 유산탄처럼 이를 강타하면서 결국 관측기가 망가졌다. 페리와 매튜스는 공학회사 캠벨 사이언티픽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기상 관측기를 설계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등반할 때 들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시속 300km가 넘는 강풍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삼각대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통신 방법이었습니다.” 페리는 말했다. 각 관측기에 장착된 태양 전지와 건전지는 측정한 자료를 위성을 통해 송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해야 했다.



4월 중순 연구진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는 기록적으로 많은 등반객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죽기 전에 세계 최고봉에 오르고 싶어서 에베레스트산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네팔 관광부는 등반객 382명과 셰르파 390명에게 에베레스트산을 올라도 좋다는 허가증을 내줬다. 이는 정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1년에 며칠 안되는 날씨가 좋은 날에 정상에 오르려고 했다. 그런 날은 대개 5월 말이다.

5월 18일까지 연구진은 관측기 세 대를 설치했고 이제는 사우스콜과 정상에 설치할 관측기만 남았다. 며칠 동안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 크게 잦아들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왔기에 매튜스와 페리는 파누루 등반대와 함께 4일에 걸쳐 사우스콜에 오르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나섰다.

초반에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5월 22일 아침, 등반대는 사우스콜에 도착해 관측기를 설치했다. 등반대는 캠프를 만들어 잠시 쉬면서 다음날의 날씨 예측 모형을 점검했다. “그때 두 가지 다른 일기예보가 나왔습니다.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예보도 있었죠.” 매튜스는 회상했다.

늦은 오후부터 텐트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자 매튜스와 페리는 산소통에 든 산소를 마시면서 정상 등반은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에 바람은 잔잔해졌고 새로운 일기예보가 발표됐다. 파누루가 텐트 앞쪽의 지퍼를 툭툭 쳤다. 이제 올라가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밤 11시 30분 등반대가 사우스콜을 떠날 때 산 위로 구름이 짙게 깔렸다. 이 구름 때문에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간간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앞으로 잘 나아갔지만 곧 줄의 맨 끝에 서게 됐습니다.” 페리는 말했다. 수십 명의 등반객들이 트라이앵글 페이스라고 알려진 등반로의 한 구간에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그중 일부는 오후 5시부터 제4캠프를 떠났다.

등반대는 2시간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한 뒤에야 정상에서 250m 정도 아래에 있는 평평한 구간인 ‘발코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페리는 말했다.

페리와 매튜스, 파누루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칠흑 같던 어둠이 가시고 새벽이 찾아왔다. 세 사람은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발코니에 관측기를 세우기로 했다.

기둥을 세우기 전에 먼저 전기 드릴을 이용해 각 삼각대의 다리를 바위에 고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추위 때문에 전기 드릴의 건전지가 작동하지 않아서 매튜스와 두 셰르파 우르켄과 푸 타시는 방한복 안에 건전지를 넣고 이를 녹였다. “우리는 건전지를 녹이려고 어미 펭귄처럼 30분을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매튜스는 말했다.

건전지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등반대는 바람의 속력과 방향을 측정하는 두 개의 작은 프로펠러와 풍속 감지기를 연결하는 관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풍속 감지기를 달지 않고서는 하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짜내기 시작했죠.” 페리는 말했다.

페리는 등반대가 가져온 알루미늄 삽의 손잡이 지름이 사라진 관의 지름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셰르파 중 한 명인 라크파 걀렌이 망치를 잡더니 삽의 손잡이를 내리쳐 크기를 맞췄다. 그러자 페리가 강력 접착 테이프로 손잡이를 칭칭 감았다.

“이것은 아주 현대적인 기상 관측기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칭칭 감긴 강력 접착 테이프와 주황색과 파란색이 섞인 삽의 형광색 손잡이가 보일 겁니다.” 매튜스는 말했다.
 
에베레스트산 기슭에서 베이스캠프의 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등반객들의 헤드램프가 쿰부 빙폭을 지나가는 등반로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쿰부 빙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밤에 오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MARK FISHER
등반대가 하산하고 나서 몇 달 동안 다섯 대의 관측기는 꾸준히 풍속과 기온, 태양 복사량, 강수량 등에 대한 자료를 보내왔고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지구상에서 날씨가 가장 복잡한 지역 중 한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연구원들은 이 자료를 다양한 기후 모형과 날씨 모형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면서도 골치 아픈 발견은 고지대에서 어떻게 얼음이 녹는지와 관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대기층이 얇은 곳에서는 태양 복사량이 극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고지대에서 실제로 태양 복사량을 측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서쪽 권곡과 사우스콜 관측기가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그곳의 태양 복사량은 태양 상수(지구 대기권을 통과하기 전의 태양 에너지 양)와 같거나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기온이 영하의 상태로 유지돼도 상당한 양의 눈이 녹을 것이다. 그 원리는 전자레인지가 복사에너지로 음식을 데우는 것과 유사하다.

대부분의 기후 모형은 기온을 바탕으로 빙하의 소실량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발견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1월 초 매튜스는 발코니에 설치한 풍속 감지기가 보내오는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1월 20일이 되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한 관측기는 더 이상 자료를 보내오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기상 관측기가 여러 차례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충격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돌아가보는 수밖에 없겠죠.” 매튜스는 말했다.
 

포토갤러리

지도 및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