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바이러스가 없는 깨끗한 손

글 : 닐란자나 보우믹 사진 : 앤드리아 브루스 외 1명

세계의 최빈곤층에도 손을 씻는 데 사용할 깨끗한 물과 식수가 공급될 날이 올까?

“손 씻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뭄바이에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마을 주민들은 유수프 카비르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유니세프 뭄바이 사무소의 WASH(‘물, 위생, 보건’을 뜻하는 영단어들의 약어) 부서에서 일하는 그는 건강을 위해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인도 뭄바이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라투르 구역을 도는 중이었다. 그는 라투르 주민들 대다수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여느 지역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손 씻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손 씻기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보지 못했어요.” 그는 회상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지난 3월 24일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13억 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최소한 3주간 집에만 머물라고 명령했고 이후 외출 금지 기간은 더 연장됐다. 같은 날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연구진은 각국의 코로나19 확산 규모와 취약한 손 씻기 문화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말부터 이 세계적인 유행병이 시작된 중국은 손 씻기 문화가 가장 잘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7%가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손을 씻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인도는 상황이 조금 나았으나 비누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 연구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됐다.

카비르 같은 WASH 운동가들의 가장 큰 바람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손 씻기 습관을 정착시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많은 개발도상국이 질병으로 인한 부담을 더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코로나19 사태의 유일한 장점인지도 모릅니다. 몇 주 전과 비교하면 손 씻기 습관과 이에 대한 인식이 놀랄 만큼 달라졌어요.” 위생 상태를 개선시키는 데 힘쓰는 비영리 단체 ‘워터에이드 인디아’의 최고경영자 VK 마드하반은 말한다.

하지만 이런 희망찬 목표를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중대한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인도 같은 곳에는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 장소를 방문하거나 집 외부에 있는 물건을 만진 뒤,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거나 코를 푼 뒤,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쓰레기를 내다 버린 뒤 그리고 식사 전후로 손을 씻으라고 권고한다. 이 모든 상황을 더해보면 하루에 최소 10번 손을 씻어야 한다.

하루 10번은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20초간 손을 씻고 적시고 헹구기 위해서는 한 번에 최소 2ℓ의 물이 필요하다. 4인 가구가 하루에 10번씩 손을 씻으면 손을 씻는 데만 총 80ℓ의 물이 드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최대 379ℓ의 물을 사용하는 미국에서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는 인도의 대다수 지역과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치다.

지난해 인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인 첸나이에서 오랜 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물 공급이 중단됐다. 그 이후 인도 정부 산하의 싱크탱크 국가개혁위원회는 지속되고 있는 인도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의 약 60%가 상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교외 지역의 경우 82%에 해당하는 1억 4600만 가구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인도 중북부의 분델칸드 지역에 있는 카이티 마을에서는 다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를 함께 쓴다. 분델칸드 지역에서는 지난 20년간 가뭄이 13차례나 발생했다. 이곳에서 물 부족 사태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올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카이티 마을 주민들은 인도 전역의 다른 많은 마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이 두 가지 조치를 동시에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도꼭지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고 최대한 손을 자주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이티 마을에 사는 망갈 싱은 봉쇄 조치가 시행된 이후 전화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인도의 많은 마을들이 그렇듯 카이티에도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인 불가촉천민들만 거주하는 구역이 따로 있다. 이곳에서는 약 400명이 수도꼭지 하나를 함께 사용한다. 또한 현지의 비영리 단체 ‘분델칸드 워터포럼’의 의장 케사르 싱에 따르면 인근에 사용할 수 있는 수도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마을에 사는 여성들은 물을 얻기 위해 종종 1.5km 이상을 걸어가 긴 줄을 선다.

“이처럼 빈곤에 시달리며 물이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이 생계보다 손 씻기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잔인한 농담과 다를 바 없죠.” 싱은 말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약 30억 명의 사람들이 비누와 물을 이용해 손을 씻을 수 있는 기본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남아시아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산다.

“사람들이 손 씻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에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손을 씻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물을 아껴서 요리할 때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케냐에서 원주민 권리 보호 운동을 펼치는 이칼 앙엘리는 싱과 똑같은 말을 했다.

지난해 인도의 모디 정부는 2024년까지 모든 가구에 매일 물 55ℓ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매우 야심 찬 목표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물 수요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위생과 손 씻기에 대한 관심이 곧 최고조에 이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을 이용해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책임이죠.” 유니세프의 WASH 프로그램 책임자 켈리 앤 내일러는 말한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