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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돌아보다: 사진작가 아난드 바르마

글 : 퍼트리샤 에드먼즈의 말에 의거해 작성됨 사진 : 아난드 바르마

‘집에 격리돼 있는 동안 한 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2020년 초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캠퍼스의 실험실에서 벌새의 움직임과 행동을 포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찾아내고자 녀석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작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3월 중순이 되자 학교가 폐쇄됐고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봉쇄령이 시행됐다.

평소 나는 네 명의 동거인과 생활하는데 그 수가 여덟 명으로 늘었다. 이는 뜻하지 않은 동거였지만 멋진 시간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됐으며 나는 1년에 8~9개월을 밖에서 떠돌아다니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이들과 다시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와 리타 앨런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해파리를 연구하고 있다. 당초 이 연구는 국제적 프로젝트였다. 일본에 가서 수족관을 방문하고 바다에서 해파리의 영상과 사진을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집에서 실험실로 사용하는 외부 차고에서 좀 더 연구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뉴잉글랜드 수족관에서 일하는 스티브 스피나의 자문을 받아 수조를 마련해놨고 그는 내게 해파리를 보내줬다. 그 덕분에 나는 봉쇄 기간 동안 이 아우렐리아속 해파리(위)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드러내기를 유도하며 집중적으로 녀석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여름이 되자 수조가 더러워져서 이를 청소하게 됐다. 그러자 수조 내부에서 유생 단계의 해파리 폴립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온통 흰 폴립들 사이에서 작은 갈색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해파리의 변태 과정은 내 해파리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해파리가 나이와 스트레스에 따라 어떻게 형태를 바꾸는지 알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런 변태 과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폴립을 병에 담아 2주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기 해파리가 된다. 이제 나는 연구 논문에서 읽은 실험, 즉 해파리가 몸에 있는 조직을 재정비해 다시 폴립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재현해볼 수 있게 됐다. 재현에 성공하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내가 사진에 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집에 격리된 상태라 사진 촬영 작업에 필요한 장비나 심적 여유가 없었던 나는 요리와 정원 가꾸기에 내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었다. 또 나는 날마다 책 한 권과 차 한 잔을 들고 정원에 나가 하루를 시작했는데 정원에 있으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새가 날아와 내 위에 앉았고 너구리가 내 발 위를 걸었다.
정원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처음부터 원하는 만큼 정원을 관리하는 데 성공한다면 결과는 뻔하고 보기 싫으며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진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회고: 시련을 견디다]

“일거리 안 필요해요? 물웅덩이에서 불개미들이 서로 엉겨 붙어 뗏목을 형성하고 있는 사진이 필요한데요.” 2011년 무시무시하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사진 편집자 수전 웰치먼은 아난드 바르마에게 작업을 제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바르마는 본지의 노련한 사진작가들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그들 옆에서 많이 배운 바르마는 작업을 맡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웰치먼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불개미는 군집이 물에 잠기면 다른 개미들의 몸에 발을 걸어 덩어리를 형성해 부력이 생기게 한다. 그 후 녀석들은 교대로 수면 위아래로 이동하며 버틴다. 웰치먼이 원한 것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바르마는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실험실에서 약간의 물이 담긴 유리 수조에 불개미들을 집어넣은 뒤 녀석들이 달라붙는 모습을 관찰하고 수십 장의 사진을 찍었다. 웰치먼은 그 사진들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들과 다를 바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바르마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잊혀져”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에 다시 고용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웰치먼은 바르마에게 사진을 다시 찍어 오라고 말했다.

수조 옆면을 통해 찍은 그의 사진이 실패한 이유는 물이 “유리에 작은 곡면을 만들면서 초점을 흐트러뜨리는 메니스커스 현상 때문”이라고 바르마는 말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 실험실 기사가 바르마에게 메니스커스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된 유리 표면을 보여줬다. 그제야 바르마는 수면이 “또렷하게 구분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웰치먼은 사진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개미가 더 많아야 한다”고 했고 바르마는 시키는 대로 했다.

바르마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이틀이었다. 바르마는 세 번째 시도를 위해 실험실로 돌아갔다. 이때 그는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고 웰치먼으로부터 이런 극찬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걸맞은 사진이죠.” -퍼트리샤 에드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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