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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서 보낸 28일

글 : 로랑 발레스타 사진 : 로랑 발레스타

로랑 발레스타와 세 명의 탐험가는 작은 캡슐 안에서 한 달간 지내며 지중해 해저로 수차례 잠수를 감행했다. 그들은 놀라운 해양생물뿐 아니라 신비로운 심해 경관에 인간의 활동이 남긴 흔적을 발견했다.


나는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자랐다. 세월이 흘러 지중해가 내 활동의 본거지가 되면서 나는 쏟아지는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이 해안이 걷잡을 수 없는 개발 행위로 인해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동시에 나는 수심 약 50m의 바닷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듯한 세상을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나는 해저 지역을 고작 몇 분밖에 둘러볼 수 없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는 그 정도 깊이에서 수면으로 다시 올라오는 데만 4~6시간이 소요된다. 잠수병으로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압력을 서서히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심해에서 보내는 시간은 보통 5~10분에 불과해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

2019년 7월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네 명으로 구성된 우리 탐사대는 28일 내내 지중해 해상의 바지선 위에 마련된 비좁은 가압 캡슐에서 지내면서 헬륨과 산소가 섞인 고압가스를 마시며 날마다 잠수종을 타고 심해로 하강했다. 우리는 해양 원유 업계에서 포화 잠수를 하는 사람들처럼 작업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반적으로 잠수종과 줄로 연결된 채 움직이는 것과 달리 우리는 날숨에서 이산화탄소를 걸러주는 수중 호흡기가 달린 스쿠버 장비를 착용했다. 이는 곧 우리가 몇 분이 아닌 몇 시간 동안 해저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잠수종과 가압 캡슐 모두 해저와 동일한 압력, 즉 해수면 압력의 최대 13배 정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우리는 수면 위로 올라갈 때마다 감압을 할 필요가 없었다.

2019년 7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 앞바다에서 우리는 첫 하강을 위해 붉은색 잠수복을 입고 장비를 모두 갖춘 채 잠수종 안으로 들어갔다. 무거운 금속 해치가 우리 등 뒤에서 철커덩하며 닫혔다. 마치 달로 향하는 우주선에 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저에 도착한 우리는 잠수종 하부에 있는 에어 로크를 통해 밖으로 나간 후 헤엄치기 시작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잠수종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수심 약 70m의 심해를 유영 중인 수중 여행자가 돼 있었다.

인간은 수천 년간 지중해를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그 아래에 펼쳐진 세계에 대해서는 지형적 특징이 지도로 잘 묘사된 달보다도 알려진 것이 없다. 그리고 달과 달리 지중해 바닷속은 온갖 생명체로 가득하다. 우리는 칼랑크 국립공원의 해저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이 첫 잠수에서 나는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대서양줄꼴뚜기 한 쌍을 봤다. 녀석들은 우리 바로 앞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수컷이 암컷 아래로 이동하자 둘의 촉수가 서로 뒤엉켰고 수컷은 정자가 든 교접완을 암컷의 외투강 밑으로 밀어 넣었다. 몇 초 후 암컷은 작은 동굴로 헤엄쳐가더니 수정란을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렸다. 

대서양줄꼴뚜기의 수명은 3년 정도에 불과하며 녀석들이 번식할 기회는 한 번뿐이다. 녀석들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순간에 우리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대서양줄꼴뚜기가 짝짓기하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첫 잠수에 이런 광경을 보다니 좋은 징조 같았다.
 
[수심: 78m]
마르세유 앞바다에서 흰줄꼬마도화새우가 군체를 이루고 있는 검정해송 사이를 유영하고 있다. 검정해송은 검은색 골격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녀석의 생체 조직은 흰색이다. 몸길이가 약 10cm인 흰줄꼬마도화새우는 서로 더듬이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지중해에 사는 녀석들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우리의 바지선은 예인선에 이끌려 서서히 움직이며 28일 동안 마르세유와 모나코를 왕복하며 550km 넘게 이동했다. 우리는 총 21군데 지점에서 잠수를 했다.

야니크 젠틸, 티보 라우비, 앙토냉 길베르, 나 이렇게 우리 네 사람은 면적이 5m² 남짓한 가압 캡슐에 자발적으로 갇힌 수감자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갑판에 있는 승조원들이 작은 에어 로크를 통해 전달해준 음식을 먹었으며 다음 잠수를 기다렸다. 잠수는 우리의 탈출구였다. 우리는 날마다 양극단의 환경을 참아냈다. 비좁은 강철 캡슐 속의 숨 막힐 듯한 열기와 광대무변한 심해 속의 뼛속까지 시린 추위, 무위에서 오는 극심한 따분함과 엄청난 경계심, 절망감과 우울감 그리고 황홀감과 희열감 사이를 오가며 말이다. 매일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우리는 기진맥진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또 반복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가 들이마신 헬륨 97%에 산소 3%로 구성된 혼합 가스 덕에 우리는 심해에서 질소 중독과 경련 발작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헬륨의 뛰어난 열 전도성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몸에서 체온이 빠져나가 체내에서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남극 대륙 빙하 밑 영하의 바닷속으로도 깊이 들어가본 적이 있지만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14°C의 수온이 유지된 내 고향의 바다가 훨씬 더 춥게 느껴졌다.
 
[0m]
바지선 위에서 로랑 발레스타(맨 앞)와 그의 동료들은 5m²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했다. 해치를 열면 잠수종으로 바로 연결됐고 곧 심해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름답고 생물들이 번성하는 곳으로 알려진 지점을 탐사 장소로 골랐다. 지중해에는 산호초가 거의 없는 대신 수심 70~120m에 홍조류에 의해 만들어진 ‘산호를 생성하는’ 암초가 있다. 녀석들은 탄산칼슘을 분비하는데 지렁이와 연체동물, 산호 등 일부 생물이 탄산칼슘 골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반면 해면동물 같은 생물들은 이를 갉아먹는다. 

이렇게 퇴적되고 갉아먹히기를 반복한 끝에 생성된 암초의 구석구석에는 1650여 종의 생물이 보금자리를 틀 수 있다. 내가 몇 년을 학수고대하며 보고자 했던 녀석은 지중해노랑벤자리다. 르라방두 앞바다에서 나는 이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어쩌면 사상 최초였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에 실린 사진들은 우리가 4주 동안 본 생물의 일부만을 보여준다. 우리는 낯선 생김새에 기이한 행동을 하며 위장술을 쓰는 생물들을 목격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는팔삼천발이를 봤다. 나선형으로 감겨 있을 때의 직경이 10cm가 채 안되는 녀석은 무해한 생물이다. 하지만 내가 지켜보는 동안 녀석은 가지처럼 갈라져 나온 팔을 천천히 펼치기 시작하더니 몸집이 10배 넘게 커졌다.

수심 142m 지점까지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는 플랑크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물이 매우 맑다. 또한 이 어두운 곳에서도 광활한 공간을 눈에 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알프스산맥이 지중해 아래까지 이어지면서 해저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는 빌프랑슈쉬르메르 앞바다에서 나는 별안간 산악인 앞에 펼쳐질 법한 풍경을 마주하게 됐다. 우리가 사는 육지 바로 옆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 두 세계는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가 채취한 해저 진흙은 살충제와 탄화수소, 발암성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을 함유하고 있었다. 표층수는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으로 가득했다. 무시무시한 유럽황아귀, 용처럼 생긴 붕장어, 탱크같이 생긴 바닷가재 등 우리가 만난 큰 생물들은 모두 이런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더 깊은 바닷속으로 몸을 숨긴 것 같았다. 그 깊고 어두운 곳에서도 지중해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지중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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