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스라소니의 귀환

글 : 크리스틴 델라모어 사진 : 세르히오 마리후안

20년 전에 스페인스라소니는 거의 멸종해가고 있었다. 현재 이 고양잇과 동물의 개체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추진되고 있는 야생동물 포획 사육 프로그램과 스라소니 특유의 사람을 회피하는 재주 덕분이다.

안달루시아와 마드리드를 잇는 고속도로 밑에는 야생동물이 드나드는 이런 지하도가 있어 스라소니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 연구원들은 스라소니가 마을이나 상업적인 올리브 숲과 같이 사람 가까이에 살면서도 대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던 고양잇과 동물 스페인스라소니가 불과 20년 만에 보호 활동 분야에서 대성공의 상징이 됐다.

이베리아반도의 지중해 관목 지대를 은밀히 다니는 이 포식자들은 2002년만 해도 10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이 고양잇과 동물의 개체수는 10배나 증가해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 적어도 1100마리가 흩어져 살게 됐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포획된 스라소니를 번식시키고자 기울인 노력과 국가적 보물이라는 스라소니의 위상, 환경보호론자들마저도 깜짝 놀란 스라소니의 타고난 생존력 덕분이다.

2002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스페인스라소니를 구할 목적으로 추진한 라이프 프로그램에 따라 처음으로 20여 개의 기관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이 종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사냥과 바이러스성 질병이 만연한 탓에 스라소니의 주요 먹잇감인 유럽토끼가 이베리아반도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라소니는 포획된 상태에서도 쉽게 번식했고 결국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 걸쳐 신중하게 선택된 서식지로 재도입된 스라소니들은 대부분 번성했다. 스페인 남부에 있는 시에라데안두하르 자연공원 인근의 한 주요 방사 지역 근처에서는 스페인스라소니들이 대체로 사람을 피해 마을이나 상업적인 올리브 숲, 고속도로 일대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했다.

이런 적응력 덕분에 스라소니의 개체수는 증가했고 2015년에 이르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스페인스라소니의 보전 상태를 멸종위기 위급종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재분류했다.

“스페인스라소니는 이베리아반도의 자연을 상징하는 동물로 녀석들을 보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노력 덕분에 스페인스라소니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보호 활동에 속하게 됐습니다.” 스페인 남부의 자치주 안달루시아에서 스페인스라소니 회복 계획의 지역 조정관으로 일하는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살세도 오리츠는 말한다.

물론 스페인스라소니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녀석들이 살고 있는 3000km² 면적에는 다섯 개체군이 서로 단절된 채 살고 있는데 이 개체군의 수는 곧 일곱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스페인스라소니가 개체수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유전자풀이 다양해져 이 종의 장기적인 번영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녀석들이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에 라이프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인 ‘라이프링크스커넥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 활동은 수많은 토끼가 서식하는 15km² 면적에 최소 10개의 야생동물 통로를 만들어 현존하는 스라소니 개체군들이 그곳을 통해 다닐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과학자들은 스라소니가 오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예측해 이런 서식지들을 골랐다.

2022년에 2100만 달러 규모의 이 활동과 그 협력자들은 이런 야생동물 통로를 만들고 스페인 그라나다와 무르시아에 있는 지역 두 곳에 스라소니를 재도입할 계획이다.

살세도에 따르면 이론상으로 이런 인간의 개입이 2040년 말까지 이베리아반도에서 번식이 가능한 암컷의 수를 750마리까지 증가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페인스라소니는 멸종위기에서 크게 벗어날 전망이다.
 
한 버려진 농장에서 어미 오드리나(맨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끼 스라소니들이 토끼 사체를 갖고 놀고 있다. 과학자들은 주로 스페인의 자연과 민속품의 명칭을 이용해 새끼들의 이름을 짓는다. 와인이나 올리브유를 담는 스페인의 전통 가죽 부대를 일컫는 이름을 가진 오드리나는 2017년에 이곳에서 태어났고 새끼를 키우려고 다시 돌아왔다. 이는 스라소니가 인간이 만든 환경을 이용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중반에 스페인의 유명한 방송인이자 자연주의자인 펠릭스 로드리게스 데 라 푸엔테는 스페인스라소니를 ‘이베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렀다.

스페인스라소니가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덕분에 지방 정부와 비영리 단체, 개인 활동가들은 유럽연합에 압력을 가해 녀석들의 개체수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스페인스라소니는 심지어 토지 소유주와 농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스라소니를 가축을 해치는 유해 동물로 보고 독살하거나 덫을 놓아 잡기도 한다. 이베리아반도에서는 불법 도살이 연간 스라소니 사망률의 약 25%를 차지하는데 이는 자동차 충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자연적 사인이다. 게다가 사냥은 스페인 남부에서 오래된 전통이다. 과거부터 사냥꾼들은 스라소니를 오락용으로 죽여 왔고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냥감인 토끼를 해치는 경쟁 상대로 여겼다.

안달루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페인스라소니 회복 계획의 수석 기술자 마리벨 가르시아 타르디오는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스라소니의 개체수를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타르디오와 그녀의 동료들은 정기적으로 토지 소유주들과 사냥꾼들을 만나 스라소니는 양처럼 몸집이 더 큰 가축을 해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이 가축들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더 큰 붉은여우와 다른 포식자를 오히려 쫓아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홍보 활동은 성과를 거뒀다. 수많은 토지 소유주가 수염이 텁수룩한 이 고양잇과 동물을 야생 지대에서 볼 수 있도록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스라소니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야생동물을 위한 고속도로 지하도와 도로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녀석들이 자주 치여 죽는 곳에는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고 있다. 가르시아 타르디오에 따르면 스라소니들은 지하도를 이용하는 법을 빠르게 알아내며 또 한 번 엄청난 적응력을 보였고 인간의 이런 개입 덕분에 자동차 사고로 인한 스라소니의 사망률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스라소니가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개체수를 늘리면 녀석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타르디오는 말한다.

게다가 또 다른 토끼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공포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살세도는 말한다. 이는 스라소니 개체군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스라소니 개체군들이 흩어져 단절된 채 살고 있는 것이 이 종의 회복에 가장 큰 위협으로 남아 있다.
 
전파 탐지기를 목에 단 밀부스라는 이름의 스라소니가 가볍게 울타리를 뛰어넘어 토끼 연구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후 직원들은 밀부스와 다른 ‘건방진’ 스라소니의 침입을 막고자 울타리에 전류가 흐르게 해 방어를 강화했다. 다 자란 스라소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에 토끼 한 마리를 먹어야 하는데 새끼가 딸린 어미는 세 마리가 필요하다.
스페인스라소니는 소형 고양잇과 동물 33종 중 한 종이다. 그중 다수가 멸종위기종이거나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소형 고양잇과 동물들은 사자나 호랑이처럼 더 크고 유명한 친척뻘 동물들에 가려져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사람들이 소외됐던 이 작은 고양잇과 동물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짐 샌더슨은 말한다.

샌더슨은 보호 단체 ‘리 와일드’에서 소형 고양잇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프로그램 관리자이자 스페인스라소니의 구조 활동을 지원하고 자문하는 IUCN 캣스페셜리 스트그룹의 일원이다. 샌더슨은 스페인스라소니의 사례가 계속해서 활동가들과 단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스라소니를 구하는 일은 “내 마음속에서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샌더슨은 말한다.

 

포토갤러리

지도 및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