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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얼음 위에서

글 : 제니퍼 헤이스 사진 : 제니퍼 헤이스

과학자에서 사진작가로 전직한 제니퍼 헤이스는 지난 10여 년간 북서 대서양에서 새끼를 낳는 하프물범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이 에세이에서 그녀는 겨울이 더 따뜻해지는 상황을 맞아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새끼 물범들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하얗고 거대한 얼음 아래로 잠수하는 동안 하프물범들이 날카롭게 삑삑거리고 컹컹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우림에서 나는 소리로 쉽게 착각할 법했다. 내가 세인트로렌스만의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내 주위에서는 다 자란 하프물범들이 자신들만의 수중 세계를 헤엄쳐 다녔다. 우리 위쪽에 있는 얼음 위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 물범 수천 마리가 쉬고 있었다.

나는 2011년 3월에 이 만에 자리한 매그덜린제도에 있었다. 역사적으로 이 만의 유빙은 겨울이 되면 하프물범의 최남단 출산지, 즉 얼음 탁아소로 바뀐다.

“자, 얼음을 찾아봅시다. 얼음이 있는 곳에 물범도 있거든요.” 현지 안내인 마리오 시어가 말했다. 그가 옳았다. 임신한 암컷 무리가 프린스에드워드섬 인근에서 조각보 같은 얼음을 찾아내고는 물밖으로 나와 새끼를 낳았던 것이다.우리는 그 얼음 쪽으로 배를 몰고 가 일주일 동안 수면 위아래에서 하프물범의 습성을 기록했다. 물범 무리는 반쯤 얼어붙어 질퍽질퍽한 눈에 둘러싸인 채 바람이 몰아치는 작은 얼음판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낮에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털과 흑요석 같은 눈, 짙은 회색 코를 지닌 새끼 하프물범과 어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가운데 얼음 위로 태양빛이 어른거렸다. 밤에는 새끼 물범들의 아기 같은 울음소리가 우리가 자고 있는 배의 선체에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2020년 2월 말, 어미와 새끼 물범들이 세인트로렌스만의 갈라진 얼음 전역에 흩어져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고 바람이 불면서 산혈로 얼룩진 이 얼음은 계속 부서졌다.
하프물범은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녀석들은 8월 말에 북극에서 이동해 2월 말에 해빙을 찾는데 이때 대체로 임신한 암컷들이 각각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어미는 생후 첫 2주 동안 새끼에게 젖을 먹여 새끼의 지방 비축량을 높인 다음 얼음 위에 새끼를 버려두고 짝짓기를 하러 떠난다. 새끼 물범은 헤엄을 치고 직접 먹이를 잡는 법을 숙달할 때까지 체지방에 의존한다. 녀석들이 하프물범 고유의 습성을 터득하려면 시간과 안정된 얼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인트로렌스만의 겨울은 100년에 2℃ 이상 오르며 여름보다 두 배나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고 캐나다 수산해양부(DFO)의 물리해양학 전문 연구원 피터 갤브레이스는 지적한다. 이는 이 만에서 해빙이 감소하고 임신한 하프물범이 새끼를 돌볼 수 있는 장소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의 겨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얼음 풍년과 얼음 흉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더 추운 겨울과 광범위하고 두꺼운 얼음층이 특징인 얼음 풍년은 빈도가 더 낮아지고 있다. 이 만에서는 적어도 1995년부터 해빙의 상태가 계속 악화돼왔다. 이제는 얼음 흉년이 더 흔한데 이는 겨울이 온화해서 쉽게 붕괴되는 빈약하고 얇은 얼음판을 만들어내는 탓이다. 얼음 흉년은 하프물범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2011년이 그런 해에 속했다.

그해 3월 우리가 이 만에서 보낸 마지막 날에 폭풍이 몰아쳤다. 항구에 도착해 장비를 내리고 있는데 시어가 소식을 전해줬다. 우리가 관찰했던 그 약한 얼음이 폭풍 때문에 산산이 부서졌다는 소식이었다. 그 결과 새끼 물범 수천 마리가 횡사했다. 

새끼 물범들의 죽음은 내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섬뜩할 정도로 뚜렷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존하는 데 얼음을 필요로 하는 이 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나는 기후 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물로서 하프물범을 기록하기로 결심했고 지난 10년간 세인트로렌스만의 출산지를 거듭 찾아갔다.

그 이후로 내가 DFO 소속 하프물범 전문가들인 개리 스텐슨과 마이크 해밀로부터 배운 바는 이렇다. 세인트로렌스만에 얼음이 없는 편이 얼음이 부실한 것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프물범은 얼음이 없으면 더 멀리 헤엄쳐 가 기존의 출산지 밖에서 얼음을 찾는다. 그러나 얼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녀석들은 그 얼음이 아무리 부실하더라도, 심지어 너무 얇아 새끼들을 지탱해주지 못한다 해도 그곳에 남아 얼음을 이용할 것이다. 한편 하프물범은 배핀섬 앞바다 같은 더 차갑고 얼음이 더 많은 서식지들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새로운 위협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북극곰이다.

2022년 3월, 나는 스텐슨과 대규모 팀에 합류했다. 당시 그들은 뉴펀들랜드앤래브라도주 해안의 프론트라는 지역에서 4~5년마다 실시되는 하프물범 조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프론트는 면적과 물범의 개체수를 기준으로 북서 대서양 하프물범 개체군의 최대 출산지다.
 
2022년 3월, 프론트 상공에 떠 있는 헬기 안에서 캐나다 해양수산부 소속 과학자 개리 스텐슨과 제시카 폴리가 하프물범 개체군을 조사하고 있다. 
이 지역을 조사하는 협력 작업에는 고정익 항공기와 함상 헬기가 필요하다. 유빙들에 설치된 유도등 덕분에 조사원들은 공중에서 새끼 물범의 수를 세고 녀석들의 나이를 평가하며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이는 얼음 풍년일 때도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조사가 매번 조금씩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스텐슨은 털어놓는다. 뉴펀들랜드앤래브라도주 근해에 있는 해빙이 서서히 세인트로렌스만의 얼음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초기에는 심한 폭풍이 몰아쳐 해빙을 먼 바다로 이동시키고 산산조각 내는 사이 살아남은 새끼 물범들은 바람 때문에 평소의 먹이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으로 밀려났다. “얼음은 더 부실하고 바람은 더 거세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스텐슨은 말했다.

전망이 암울해 보이지만 약간의 희망은 있다. 적응력이 있는 하프물범은 살아남기 위해 얼음을 따라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해밀과 스텐슨의 예측대로 물범들이 더 북쪽에서 출산지를 마련할지도 모른다. 이달에 녀석들은 세인트로렌스만에서 또 한 차례 출산을 할 것이다. 나는 얼음이 잘 얼기를 바라면서 그곳에서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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