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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뒤덮은 옷 무덤

글 : 존 바틀릿 사진 : 타마라 메리노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수많은 브랜드의 옷들이 버려진 채 쌓여 있다. 옷들이 이 사막에 이르게 된 과정을 통해 오늘날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칠레 북부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은 태평양에서부터 안데스산맥까지 광활하게 뻗어 있으며 주홍색 바위 협곡과 봉우리가 많은 척박한 지대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기로 손꼽히는 이 사막은 밤하늘의 별을 매우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별을 관찰하려는 관광객들이 죽기 전에 꼭 오고 싶어 하는 장소다. 건조하고 바위로 뒤덮인 풍경이 화성 표면과 흡사해 심지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관심을 보였고 훗날 이 사막에서 탐사선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명예스럽게도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헌 옷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저렴한 의류를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 탓이다. 패스트 패션 현상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유엔은 이를 “환경적·사회적 비상사태”라고 부른다. 우리의 과제는 이 사태를 끝내는 것이다.
 
헌 신발들이 버려진 옷 더미 사이에 흩어져 있다. 분석가들은 칠레 북부에 의류 폐기물이 쌓이고 있는 원인으로 싼 가격에 대량 생산된 옷이 늘어나는 추세와 국제 무역의 문제점을 꼽는다.
수치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의류 생산량은 두 배 증가했고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60%나 더 많은 옷을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그 옷들을 입는 기간은 과거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전체 의류의 약 5분의 3이 생산된 지 1년 이내에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에 버려진다. 초당 트럭 한 대 분량의 중고 의류가 폐기되거나 소각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폐기물 시설은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있다. 그러나 폐기된 의류를 수입하는 해당 지역 국가들이 그 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 근처에 있는 한 쓰레기 매립지는 60%가 폐의류로 차 있고 그 높이가 약 20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어 위기의 상징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온라인 동영상에서는 아타카마 사막의 이 광경을 보고 “거대 헌 옷 쓰레기 더미”라고 불렀다. 더 유명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의 지상판이라는 뜻이다. 세계 각지의 상표가 붙은 의류 폐기물이 거대한 규모로 쌓여 있다. 12만 명의 주민이 근근이 사는 척박한 도시 알토오스피시오 외곽에서도 이 매립지가 보일 정도다. 한 옷 무더기에 는 따가운 햇빛에 색이 바랜 청바지와 정장 재킷이 쌓여 있으며 그 주위로는 인조 모피 코트와 셔츠가 무더기로 솟아 있다. 간혹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옷도 있다. 옷 더미 사이사이에는 빈 병과 가방 등 기타 쓰레기도 섞여 있다.
 
칠레 알토오스피시오에 있는 시장 라케브라디야에서 한 여성이 손수레에서 차를 팔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무게가 약 600kg인 헌 옷 더미를 20달러에 사들여 개당 약 12센트에서 2달러 정도에 되판다.
옷 더미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자 많은 칠레인이 놀랐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의 섬유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죠.” 순환 경제에 중점을 두는 회사의 이사인 프랭클린 제페다는 말한다. 그런데 어쩌다 남아메리카 국가인 칠레가 세계에서 버려진 옷들의 집합소가 됐을까. 그 이유는 순식간에 변하는 유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화 및 무역과도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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