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속이 비치는 개구리

글 : 안젤라 포사다-스와포드 사진 : 하이메 큘레브라스

중남아메리카에 사는 조그맣고 투명한 양서류인 유리개구리는 알면 알수록 놀라운 존재다.

달이 뜨지 않은 어느 여름 밤, 에콰도르 안데스산맥 기슭에서 처음으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조그만 유리개구리가 개울 위에 매달린 잎사귀에 앉아 있다.
 
암컷 선글라스유리개구리의 뱃속에 있는 알들이 훤히 비쳐 보인다. 이 사진은 이동식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녀석은 암컷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가장 좋은 장소를 고른 다음 아주 높은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문제는 장소만으로는 암컷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 연둣빛 양서류는 짝짓기를 한 수컷 개구리가 어떻게 하는지 쭉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은 버려진 알 뭉치를 발견하면 몇 시간이고 그 옆에 머물면서 알을 지키는 척한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이 광경을 엿보던 암컷이 녀석이 육아 경험이 많은 수컷이라고 착각해 녀석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개구리와 두꺼비의 이런 행동을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소속 행동생태학자 안옐렛 발렌시아-아길라가 말한다. 그녀는 브라질에 사는 유리개구리 한 종에서 수컷 개구리가 이처럼 속임수를 쓰는 듯한 행동을 기록했고 에콰도르에 서식하는 유리개구리 중 적어도 두 종이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발렌시아-아길라의 연구 결과는 속이 비치는 피부 때문에 유리개구리라는 이름을 얻은 이 매혹적인 양서류의 생활 방식에 관해 새롭게 발견된 사실 중 하나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리개구리는 156종이다. 녀석들은 주로 안데스산맥 북부와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신열대구 곳곳에 살고 있다. 최근 광학,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연구원들은 나무 위에 사는 이 작은 거주자들의 생활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일부 녀석의 경우 몸길이가 클립보다 작다.

에콰도르 키토산프란시스코대학교 소속 진화생물학자 후안 마누엘 과야사민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리개구리 14종을 포함해 양서류 56종의 특징을 분석했다. “녀석들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끝이 없는 일이에요. 이 조그맣고 불가사의한 녀석들이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하네요.” 과야사민은 말한다.
 
카리브해에 있는 코스타리카의 열대 우림에서 수컷 그물무늬유리개구리가 알을 옆에 두고 나뭇잎 위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개구리의 등에 있는 얼룩무늬가 알과 닮아서 포식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수컷 유리개구리 중 일부 종은 부모 노릇을 훌륭하게 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척추동물에게서 보기 드문 특징이다. 수컷 유리개구리 중 적어도 24종이 포식자로부터 알을 지킬 뿐만 아니라 때로는 몇 주 동안 알을 적극적으로 돌본다.

종에 따라 암컷이 한 번에 20개에서 100개 넘는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이용해 수정한다. 배아가 발달하는 동안 선글라스유리개구리, 북방유리개구리 같은 일부 종의 수컷은 ‘마치 닭처럼’ 알 위에 앉아 알이 부화해 올챙이가 될 때까지 알을 촉촉하게 유지한다고 미국 뉴욕시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소속 생물학자 제시 딜리어는 말한다.

약 2500만 년에서 3500만 년 전 최초의 유리개구리가 출현했을 때는 다 자란 암컷이 모든 일을 혼자 했을 것이라고 딜리어는 말한다. 그러다가 약 800만 년에서 2500만 년 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컷이 알을 돌보는 일을 넘겨 받았다.


한편 새로운 연구를 통해 유리개구리가 속이 훤히 비치는 배를 갖게 된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 딜리어와 함께 일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학교 소속 생물학자 카를로스 타보아다는 새끼 유리개구리가 자신의 세포와 조직 내부를 물리적으로 다시 배열해 투명한 성체가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피부와 색소 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배가 투명해지려면 빛이 분산되는 각도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주는 투명한 근육과 내부 구조가 필요합니다.” 타보아다는 말한다. 또한 조직 세포 사이에 흐르는 액체에는 빛이 직선 궤도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불투명도를 줄여준다고 그는 말한다.

타보아다는 유리개구리가 낮에 초록색 잎사귀 위에서 졸고 있을 때 녀석이 잎사귀 색과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타보아다는 이 방법을 “생물체 거울”이라고 부른다. “이는 일종의 결정체로 이뤄진 방패나 막이죠. 수많은 조직 속에 결정체가 있어 이들이 보통 몸에 도달하는 빛의 최대 50%까지 반사합니다. 이 결정체들은 빛 신호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유리개구리의 녹색 빛이 더 환하게 보입니다.” 그는 말한다.

유리개구리의 몸이 투명한 것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녀석들은 새, 거미, 뱀 같은 잠재적인 포식자들이 익숙한 개구리의 형태를 보지 못하도록 위장할 수 있다.


유리개구리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일부 연구 대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극을 받고 있다.

유리개구리들이 서식하는 숲은 이미 피해를 입은 상태인데 안데스산맥에서 이뤄지는 농업, 가축 방목, 광산 개발은 숲을 더욱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만두리아쿠유리개구리 같은 일부 종들은 서식지가 하천 유역 한군데로 줄어들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유리개구리 10종을 위급종, 28종을 위기종, 21종을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많은 종들이 발견되자마자 위기종으로 선포됩니다.” 과야사민이 말한다.

하지만 이처럼 고립된 개체군들을 보호하는 데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과야사민은 정부, 민간 기업 그리고 비영리 단체들이 협력해 개구리가 많이 사는 이 지역들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이 연약한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스페인어로 녀석들을 ‘수정개구리’라고 불러요. 이 이름을 들으면 연약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떠오르기 때문에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죠.” 과야사민은 말한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