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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코끼리가 노래하는 곳

글 : 어케이시아 존슨 사진 : 어케이시아 존슨

미국 알래스카주의 한 외딴 섬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잊지 못할 노래가 흘러나온다.


툰드라 절벽 위로 아침의 첫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먼 바다에서는 바다코끼리들이 해안을 향해 헤엄쳐온다. 녀석들은 금빛 입김을 내뱉으며 부드러운 종소리처럼 귓가를 맴도는 쇳소리를 방출한다.

이곳은 라운드섬이다. 이 섬을 포함해 브리스톨만에 있는 바위투성이의 섬 일곱 곳은 알래스카주 월러스제도 주립야생동물보호구역을 이룬다. 이곳은 수천 년 동안 수컷 바다코끼리에게 중요한 휴식처가 돼왔다. 녀석들은 해마다 짝짓기 기간이 끝난 뒤 여름이면 수천 마리씩 이 섬의 해안에 모여 체력을 회복한다. 라운드섬에서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다코끼리를 사냥해온 원주민 부족 유픽족은 이곳을 카약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의 ‘카야시크’라고 부른다.

1900년대 초에 상업적 포획으로 인해 바다코끼리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보호구역이 지정되고 포획이 전면 금지된 1960년 무렵 라운드섬은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바다코끼리가 물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는 몇 안 남은 곳 중 하나가 됐다. 바다코끼리는 몸무게가 1t이 넘지만 소란에 꽤나 민감하다. 녀석들은 어떤 장소에 소란이 자주 일어나면 그곳을 영영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보호구역 덕에 라운드섬은 바다코끼리의 도래지로 남아 있다. 오늘날 이 보호구역은 카야시크 바다코끼리 위원회와 유픽족 공동체 아홉 개의 대표들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바다코끼리의 개체수가 회복되자 부족 지도자들은 생계를 위한 포획이 재개될 수 있도록 주 정부에 요청해 허가를 받았다. 알래스카주에서는 1985년부터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람들이 5월부터 8월까지 라운드섬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문객은 많지 않다. 그곳에 가려면 배를 타고 베링해를 가로질러 최소 30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코끼리는 라운드섬 연안의 얕은 해역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이 섬은 해마다 몇 달 동안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위해 개방된다.
나는 야생동물 생물학자인 남동생과 바다코끼리를 보러 라운드섬에 왔다. 배를 타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구형 모양의 초록빛 섬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 섬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꼭대기 부근이 안개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알래스카주 어류·야생동물관리부의 기술자 두 명 중 한 사람인 마거릿 아치볼드가 우리를 맞이한다. “두 분은 요 몇 주 동안 이곳을 찾은 첫 방문객이랍니다.” 그녀는 말한다.

바다코끼리들이 쉬러 오는 해변에는 잠든 녀석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녀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를 낮춘 채 짐을 내린다. 우리는 야영장에 텐트를 친 뒤 일일 순찰에 나선 아치볼드와 합류한다. 그녀의 임무는 산책로를 점검하고 방문객 프로그램을 감독하며 배들 및 상업적 어업으로부터 섬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반경 약 5km의 출입 금지 구역에 대해 단속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날마다 바다코끼리와 바닷새, 큰바다사자의 수를 세는 것을 자신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 브리스톨만과 그곳의 어장은 알래스카주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생태계이며 라운드섬에 사는 야생동물에 대한 수집 자료는 이 지역에서 가장 일관된 편에 속한다.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이 섬에 미치는 영향은 해양 생태계를 더 폭넓게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아치볼드는 말한다.

아치볼드가 퍼스트비치 전망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가장자리 너머로 내려다보자 아래쪽에 바다코끼리 수백 마리가 보인다. 사회적 동물인 녀석들은 육지에서는 서로 살과 엄니를 맞댄 채 포개져 있고 물속에서는 우아한 자태로 헤엄을 친다. 아치볼드는 바다코끼리가 생물 군집 전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핵심종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사실과 해빙 현상으로 인해 녀석들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바다코끼리는 보호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바다코끼리가 추적하기 어렵고 녀석들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기에는 현존하는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아치볼드는 바다코끼리를 직접 보는 것이 녀석들에 대한 보호를 장려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녀석들의 몸 색깔과 싸우다 생긴 흉터, 익살스러운 행동을 보다 보면 녀석들이 개성과 감정을 지닌 각각의 개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날 아침 나는 험준한 반도 위로 올라간다. 아래로 펼쳐진 해변에는 바다코끼리들이 떼를 이루고 있다. 앞바다에서는 더 많은 바다코끼리가 해변에 있는 무리와 합류할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쇳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해안선을 훑어보며 이제 내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다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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