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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건물을 짓다

글 : 피터 슈워츠슈타인 사진 : 모이세스 사만

서아프리카의 건축가들이 미래에 겪을 더위에 맞서기 위해 과거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5월 중순의 어느 날 아침, 사논 무사는 부르키나파소 쿠미 마을에 있는 방 세 칸짜리 자택의 연례 보수 작업을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그는 흰개미들이 갉아먹은 지붕 지지대를 새로 깎은 기둥으로 교체하고 열기를 견디는 점토질 벽들을 보강했는데 그중 일부는 두께가 1m에 달하고 100년이 넘은 것들이었다. 지붕의 지푸라기를 보충하고 염소 한 마리를 잡아 조상들에게 바치고 나면 남는 일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외면에 여러 재료를 혼합한 방수층을 입히는 작업뿐이다.

“진흙 덕분에 우리는 계속 시원할 거예요. 엔진 오일과 점토, 소똥은 집을 건조하게 유지시켜줄 거고요. 우리는 이곳을 완벽하게 마무리했죠.” 우리가 바깥보다 족히 13℃는 더 서늘한 그의 주거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무사가 말한다.

학교 사서로 근무하다 은퇴한 50대의 무사는 자신의 집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 집에서 사는 것을 가장 원한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부르키나파소 남서부에 기다랗게 자리한 이 녹지대에서 더 부유한 이웃들이 콘크리트로 자신들의 집을 재건축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는 이런 상황을 자신의 상대적인 빈곤을 드러내는 지표로 여기고 원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가 만났을 당시 이 마을에서는 얼마 전 두 형제가 잠을 자던 중 진흙 벽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깔려 죽은 일이 있었다.

허물어져가는 진흙으로 된 예배당 안에서 무사가 마을 이장의 옆자리에 앉는다. ‘사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마을 이장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전통 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마을 중심부에서 진흙으로 건물을 지으라고 지시했지만 그의 아들들을 포함해 그의 말을 따르는 주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유산입니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진흙으로 지어진 집들에서 잘 살았어요. 이런 집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왜 우리는 변화하려 할까요?” 사누는 말한다.

“현대식이 이런 변화를 말하나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에 저항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가 덧붙인다.
 
예멘의 도시 시밤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사막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곳에서는 흙벽돌을 쌓아 올린 각기 다른 높이의 우뚝 솟은 건물들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얀 벽은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열기가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
진흙 대 콘크리트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 전역에는 쿠미 같은 마을이 수천 곳이나 있다. 게다가 내가 방문한 몇몇 국가의 마을 수십 군데에서는 콘크리트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콘크리트 사용이 확대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덥고 가난한 일부 지역의 경관이 갈색에서 회색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자재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발전의 신호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건축가와 지역사회 지도자, 공무원도 늘고 있다. 가뜩이나 더운 지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더워지고 콘크리트가 그런 온난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콘크리트의 핵심 성분인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8%를 차지한다. 전통 건축 기법을 옹호하는 이들은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은 지역사회들이 전통 방식으로 지은 주택과 학교, 공공 건물을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실상은 시멘트를 활용한 건축이 간단히 말해 신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건축 기법은 해롭죠. 쾌적함을 주지 않거든요.” 부르키나파소 태생의 건축가로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친환경 건축 지지자인 프란시스 케레는 말한다.

진흙 벽은 충분한 두께로 지어졌을 때 엄청난 양의 열기를 흡수해 저장할 수 있는데 저녁이 돼 바깥 기온이 서늘해지면 저장된 열기를 곳곳으로 분산시킨다. 반면에 얇은 콘크리트 블록은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열기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어 실내 온도가 급속히 오른다.

케레 같은 건축가들은 전통 유산과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동기 부여가 된다. 점토질 벽돌은 말리의 팀북투 유적과 부르키나파소의 보보디울라소 이슬람 대사원처럼 굉장히 멋지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건축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인상적이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진흙을 사용하는 전통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들 또한 바람굴과 건물의 방향, 그늘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전통 건축의 미학과 냉각 기능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점토질 벽돌의 부흥을 꿈꾸는 이들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고작 4%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음에도 기후와 관련된 가장 극심한 피해를 대거 겪고 있는 이 대륙은 세계열강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도 몇몇 해결책에 대한 지배권을 쥐려 하고 있다. 이 건축가들은 더위를 이기는 데 있어 자연에 기반한 전통이 어느 모로 보나 외래 기술 및 전문 지식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상 이력이 있는 건축가 살리마 나지는 모로코에서 진흙을 활용한 건축을 지지하고 있다. 모로코는 세계에서 내로라할 만큼 풍부한 흙 건축물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흙을 과감히 외면해왔다. “우리가 진흙을 외면한 것은 더위 속에서 이 건물들이 가진 엄청난 이점을 잊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잊어서는 안 돼요. 지금은 진흙을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니까요.” 나지는 호소한다.
 
보보디울라소 이슬람 대사원의 벽은 두께가 2m가 넘어서 더위로부터 예배자들을 보호해준다. 이렇게 두꺼운 점토질 벽돌은 낮에 열기를 서서히 흡수했다가 밤이 돼 서늘해지면 그 열기를 방출한다.
땀을 식히는 피난처

차를 타고 부르키나파소를 누비다보면 진흙의 여러 가지 장점을 보게 된다. 내가 북부 도시 카야에 도착했을 무렵 그늘진 곳의 기온이 최소 45℃에 육박한 데 반해 건축가 클라라 사와도고가 설계한 신식 건물의 실내 온도는 30℃를 훨씬 밑돌았다. 반쯤 완성된 병원의 흙으로 된 아치형 천장과 석재 및 진흙으로 조성된 벽이 고치처럼 냉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우세풍인 북풍을 받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고 녹음이 우거진 초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졸음에 겨운 떠돌이 개들에게 벌써부터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젊고 환경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와도고는 진흙을 다시 대중화시키기 위한 세계적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진흙은 기본적으로 무료이거나 적어도 지역 내에서 콘크리트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의 경우 생산하는 데 몇 가지 재료를 필요로 하는데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그 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더 큰 규모의 많은 마을들 외곽에 산재한 어도비 벽돌 제조장에서는 일꾼들이 조를 이뤄 땅에서 진흙을 들어올린 다음 과자를 찍어내는 틀처럼 생긴 직사각형 모양의 거푸집에 넣어 압축한 뒤 자연 건조된 벽돌을 한 장에 40서아프리카프랑(약 120원)에 판매한다.

“사람들은 내게 지금은 21세기라며 진흙을 그만 쓰라고 말하죠. 하지만 이 건물을 좀 보세요. 여기에 현대적이지 않은 요소가 뭐가 있나요?” 사와도고가 병원을 가리키며 말한다.

진흙을 활용한 건축은 지구온난화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콘크리트는 사람들이 한번 접하고 나면 화석 연료 소모량이 큰 또 다른 기기를 사용하도록 유발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에어컨이다.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냉각제는 모두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 돼가고 있다.

기온이 32℃ 아래로 크게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흙의 가장 큰 장점은 에어컨 없이도 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지역은 이번 세기 말까지 기온이 2℃ 이상 오를 전망인데 사실 이는 아프리카 내 일부 지역이 겪게 될 훨씬 더 급격한 기온 상승률을 감추는 수치에 불과하다.

보로모에 사는 일부두 압달라는 최근 콘크리트가 부분적으로 들어갔으며 판금 지붕을 인 자택을 허물고 진흙만을 사용해 집을 다시 지었다. “이제 고생스럽지 않게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기쁘기 그지없어요.” 그는 말한다. 건축에 도움을 준 곳은 국제 비정부 기구 누비아궁륭지붕협회다. 이 집은 이 협회가 2020년에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600채 이상의 개인 주택 중 하나다.

이 단체가 추구하는 궁륭 형식에는 콘크리트 주택과 진흙 주택 모두에 더위를 극대화시키는 금속 지붕이나 목재가 쓰이지 않는다. 이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삼림 관리 공무원들에 따르면 해마다 이 나라에서는 벌목으로 인해 최대 24만ha의 삼림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일부는 지붕 지지대용으로 벌목되고 있다.

내가 방문한 의료 시설 네 곳의 의사들은 더위로 인한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지난 10년 동안 대략 다섯 배 증가했다고 전한다. 몇몇 의사들은 이 환자들 중 다수가 콘크리트로 다시 집을 지었지만 새집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인위적인 수단, 즉 냉방 장치를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여름의 어느 무더운 날, 소도시 레오는 지역 병원을 제외하면 한산한 모습이다. 아이들이 그늘진 병원의 마당에서 서로를 쫓아 떠들썩하게 뛰어다닌다. 부모들은 주변에 있는 나무들 아래에서 쉬고 있다. 자동차 충돌 사고에서 구조된 남자를 포함해 병원에 막 도착한 환자들조차 냉방 장치 없이도 서늘한 병동에 감탄한다. 이 건물을 설계한 프란시스 케레는 이런 효과에 흐뭇해하면서도 놀란 기색은 없다.

“우리는 단지 자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콘크리트가 꼭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자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제대로 된 진흙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이면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답니다.” 그는 말한다.

세계 곳곳의 정부 및 기관들이 그의 논리에 설득을 당한 듯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케레는 베냉에 새로운 국회의사당을 설계했고 이는 거의 완공 단계에 있다. 2022년 3월에 그는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아프리카 최초의 건축가가 됐다.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 서쪽 변두리에 있는 피시의 한 채석장에서는 성인 남녀와 어린아이들이 콘크리트와 자갈에 들어갈 흑연을 캔다. 이 채석장은 인근의 기계화된 채석장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콘크리트에 대한 높은 수요 때문에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거주하기에 위험한가?

점토질 벽돌로 지은 건물은 마법 같은 냉각 효과를 가진 것처럼 보여도 최소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모로코 남부의 ‘크사르’, 즉 역사적으로 중요한 요새화된 마을인 부누는 100여 가구의 주민들 목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흙다짐 공법으로 지어진 벽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문루가 무너지면서 10대 소년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점점 이곳에는 렉나위 빌 에이드와 그의 가족만 거의 덩그러니 남게 됐다. 총안을 갖춘 이 역사적인 요새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민도 없는 지금 크사르는 기록적인 속도로 허물어지며 더욱 위험한 거주지로 전락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요. 가끔 이 벽들이 그냥 무너지기도 하거든요. 죽을 수도 있다니까요.” 빌 에이드는 말한다. 농장 노동자인 그는 사막의 모래가 침범하지 못하게 종려나무 잎으로 만든 울타리를 밧줄로 엮는 일을 해 부수입을 얻는다.

더위에 대항해 진흙의 중요성을 높인 오늘날의 지구온난화 현상은 기상 이변도 더 많이 일으키면서 진흙으로 된 구조물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빌 에이드는 집의 외벽을 자주 보수하는데도 요즘에는 폭우가 너무 심한 탓에 집안에 물기가 마를 틈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 또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에 있는 부누와 수도 마라케시 사이의 아틀라스산맥에 위치한 텔루에트에서는 이처럼 더 거세진 강우와 수 세기에 걸쳐 이뤄진 벌목으로 인한 영향이 합쳐져 나무들이 사라진 계곡에 파괴적인 돌발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거의 해마다 적어도 서너 명의 지역민이 목숨을 잃는다. 밀려드는 급류에도 끄떡없어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주택이다.

전통 자재를 포기하는 추세는 어느 정도 그저 선호도가 바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라케시에서 모로코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미네 카바지는 사람들이 콘크리트를 선호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인정한다. 전통적인 진흙 건축물의 대부분은 작은 창문만 낼 수 있어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매우 적다. 또한 대다수의 건축물이 정기적인 유지 보수 작업을 요한다. “만약 당신이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와서 하루 이틀 머무는 것이라면 이런 설계 양식이 이국적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당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다른 곳에서 사는 편을 택할 거예요.” 그는 말한다.

모로코의 대부분 지역이 공동체적 생활에서 좀 더 개인주의적 생활 방식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에어컨을 장만할 수 있을 만큼 수입이 늘면서 진흙집과 이를 유지 및 보수하고 종종 짓기 위해 공동체에 의존하는 일은 갈수록 현대 시대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적·경제적 요인들을 더욱 깊이 고려해보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때가 많다. 시골에서는 가뭄과 사막화가 전원 지역의 주요 직종인 농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 그렇게 자립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생계 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도시로 내몰리고 있다. 몇몇 마을은 최근 몇 년 사이 많게는 주민들의 절반을 도시 지역에 빼앗겼다. 이 모든 것들이 두려움을 안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많은 마을 주민들을 결국 콘크리트 주택에서 불행하게 살아가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내가 예전에 살던 집의 서늘함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우리 중 이런 생활을 원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나는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도시로 이주했고 도시 생활은 진흙과 맞지 않죠.” 30년 전 한 산골 마을에서 마라케시의 빈민촌으로 이주해온 드리스 마타위는 하소연한다.

도시화는 전통적인 자재와 건축 기법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까다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예멘의 수백 년 된 고층 건물들처럼 진흙은 역사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시 환경에서 쓰여왔다. 그럼에도 건축가들은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늘어나고 있는 그런 유형의 도시들에서 진흙이 차지할 입지를 우려한다. 급속히 발전하는 그런 대도시들은 마구잡이로 형성되는 탓에 풍향이나 공기의 흐름, 그 밖의 천연 냉각 장치들의 효과적인 사용을 항상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보험회사들과 지자체들로서는 여전히 진흙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진흙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빈번히 제정한다. 심지어 도시 환경에서 전통적인 자재를 구하는 일조차 놀랄 만큼 어려울 수 있다.

“대규모 건설 공사에 사용할 진흙을 이 근처 어디에서 구하겠어요?” 카바지가 묻는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하죠.”

살리마 나지 같은 사람들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모로코 전역의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진흙을 활용한 건축 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주민이 관광업 분야에서 이 건축 양식이 지닌 잠재력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나지와 그녀의 동료들은 모로코에서 콘크리트 생산을 억제하거나 적어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환경적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모로코의 개발업자들은 건설 공사에 사용하기 위해 해변 전역에서 모래를 불법으로 조달해왔다.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들에서는 개발업자들이 강바닥에서 다량의 모래를 채취하는데 이것이 토양 침강을 부추기고 더 극심한 침식과 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통을 되살리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기후와 기타 문제들이 진흙을 활용한 건축이 뿌리 내린 사회와 자연 환경을 계속해서 파괴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핵심일지도 모른다. 전통 건축을 뒷받침하던 많은 요소들이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전통 건축이 융성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사회와 연결돼 있어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전통 건축을 분리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밀고 나아갑니다. 이런 건물이 두세 동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는 눈덩이 효과를 창출해 상황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진흙을 활용한 건축 양식이 부흥하는 것을 사람들이 봐야만 해요.” 나지는 시인한다.
 
막심 키암드레베오조(17)는 케레가 설계해 홍토 벽돌로 지어진 쿠두구의 이 고아원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몇몇 아이들은 부르키나파소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 세력 간의 분쟁으로 인해 집을 잃었다. 관리자들은 서늘한 고아원 건물이 거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미래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프란시스 케레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앞서 지나간 몇 차례의 우기는 매번 그전보다 더 파괴적이었다. 교실이 무너져 내린 학교와 유명한 보보디울라소 이슬람 대사원의 일부분 등 부르키나파소 전역에서 점토질 벽돌로 이뤄진 건물 수백 채가 붕괴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뒤따르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든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아우성이 거세져만 갔다.

하지만 케레의 전화기는 작업 요청 문의로 쉴 새 없이 울린다. 게다가 그는 진흙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시간문제예요. 신념의 문제이자 정치적 의지의 문제죠. 이것은 싸움이며 우리는 좌고우면하지 않아요. 그냥 계속 나아가는 거죠. 이제 축적된 지식이 많아요. 10년 후면 우리가 이룬 성공에 깜짝 놀랄 거예요.” 그는 주장한다.

케레를 비롯한 진흙 옹호론자들은 진흙의 위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애써왔다. 이들은 이를테면 벽에서 1m 이상 튀어나오는 더 넓은 금속제 지붕 덮개를 설치하거나 점토질 벽돌에 소량의 시멘트를 섞어서 벽돌을 강화하는 등 폭우로부터 진흙 건물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날림으로 공사하면 허물어지기 십상인 자재를 활용해 철저하게 작업하도록 엄격히 강조함으로써 진흙 건축가들은 진흙과 진흙 건물에 오명을 씌우는 건물 붕괴를 줄이고자 한다. 클라라 사와도고는 카야에 있는 자신의 건축 현장에서 궁륭 지붕을 세울 때 너무 까다롭게 굴었던 나머지 기존에 있던 석공 25명 중 15명이 그만뒀다고 밝히며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케레는 경계심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단순히 잘 지어진 진흙 건축물이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상적인 사례들이 과연 더 필요할지 의구심을 갖는다. 와가두구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쿠두구 근방에서 그는 리세쇼르주중학교와 부르키나공과대학교에 일종의 전시관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두 학교의 교사들은 수백 명의 학생들이 다층 구조의 돌출된 지붕과 압축된 흙벽돌로 쌓은 벽, 바닥부터 천장까지 난 창문에 둘러싸여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이름을 나타니엘이라고 밝힌 18살의 한 컴퓨터 공학도에게는 이런 환경이 에어컨을 틀어놓은 곳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냉방 장치는커녕 전기가 들어오는 집에서도 살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진흙이 안 좋은 자재라고 배웠어요. 진흙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배웠죠. 하지만 나는 이런 데서 산다면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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