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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항로를 항해하다

글 : 마크 시노트 사진 : 레난 오즈터크

본 협회의 원정대가 19세기 탐험가 존 프랭클린 경의 비운의 여정을 되짚어보고 전설적인 북서 항로에서 실종된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항해에 나섰다. 하지만 북극은 쉽게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제이콥 키닉이 쌍안경으로 우리가 탄 범선 주변의 해빙을 둘러봤다. 그는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를 쫓아다니던 북극곰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수평선까지 들쭉날쭉하게 펼쳐져 있는 청록색 유빙뿐이었다. 캐나다의 북극 영토 깊숙이 자리한 이곳 패슬리만에서는 겨울이 되면 선박을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강한 해빙이 몰려온다. 한시바삐 탈출로를 찾지 못한다면 얼음에 갇혀 배는 물론 우리도 파국을 맞을 수 있었다.
 
일등 항해사 벤 자트먼(오른쪽)과 선원 루디 레펠트-엘린저가 거센 풍랑 속에서 세찬 물보라를 맞으며 폴라선호의 주돛을 들어 올리고 있다. 선원들은 미국 메인주에서 알래스카주까지 항해하는 동안 물에 잠긴 시추선을 비켜 가고 흰돌고래와 충돌하며 베링해에서 태풍 므르복의 여파를 견뎌내는 등 수많은 난관에 직면했다.
2022년 8월 말, 우리는 매서운 강풍을 피해 만 안쪽에 배를 정박한 상태였다. 일주일 넘게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극지 빙관에서 2m 두께의 해빙 덩어리들이 떠내려온 터였다. 일부는 야외용 탁자만 한 크기였으며 바지선만큼 커다란 것도 있었다. 까딱거리며 배 주변을 떠다니던 얼음덩어리들은 서로 부딪힐 때마다 거친 마찰음을 냈고 서서히 녹으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기포가 쉭쉭거리며 새어나왔다.

이 얼음덩어리 중 하나가 언제라도 어뢰로 돌변해 유리 섬유로 만들어진 선체를 꿰뚫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내내 교대로 망을 보면서 이누이트족이 ‘툭’이라고 부르는 긴 장대로 부빙을 배 바깥쪽으로 끊임없이 밀어냈다. 얼음은 마치 바이스 공구처럼 서서히 배를 죄어왔다. 9일째 되는 날에 제이콥과 나는 얼음덩어리 사이의 바닷물이 얼어붙은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겨우내 이곳에 갇혀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프랭클린도 이런 기분이었을지 상상하니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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