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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글 : 마이클 그레슈코 사진 : 토마스 무니타 외 1명

2000년 이후 전 세계의 빙하가 녹으면서 쏟아낸 물의 양은 5조 3000억t에 달한다. 이로 인해 지형이 변하고 해수면이 높아졌다.

영국 얼스터대학교의 빙하학자 밥 맥냅은 2670억t의 물이라는 본인조차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수치를 관찰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정도 규모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비유를 들 수밖에 없다.

2670억t의 물은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 수량의 절반쯤 되는 양이다. 이는 미시시피강에서 6개월 동안 흘려 보내는 물의 양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수심 3m의 아일랜드만 한 수영장을 전부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감을 잡기가 정말 쉽지 않죠.” 맥냅은 말한다.

아일랜드만큼 큰 수영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물을 상상할 수 있다면 지난 20년간 해마다 그만큼의 얼음이 녹은 것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맥냅이 일조해 도출해낸 이 엄청난 수치는 궁극적으로 속도를 의미한다.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20만여 개의 빙하가 붕괴되고 있는 속도다.

맥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을 제외한 빙하가 녹으면서 160억t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해마다 평균 2670억t의 물이 소실됐다. 그 기간 동안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2000년대 초반에는 녹아내린 물이 연간 2270억t이었던 데 반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그 양이 연간 2920억t에 달했다.

빙하가 녹는 속도를 계산하려는 것과 ‘무엇이’ 손실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지대에 쌓인 눈이 압력과 시간으로 인해 얼음의 강으로 변하면서 형성되는 빙하는 지구 전역에 걸쳐 약 70만 6000km²를 이동한다. 안데스산맥과 아시아의 고산 지대 같은 지역에서 빙하가 녹은 물은 주요 담수 공급원이다. 그 외에 유럽의 알프스산맥같이 관광 및 등반 명소인 지역의 사람들은 얼음 형태의 빙하에 의존한다.

또한 빙하설은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을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 프란츠요제프 빙하는 눈 아가씨가 인간인 연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흘리는 눈물, 즉 ‘카 로이마타 오 히네 후카테레’다. 아이슬란드에는 빙하가 내려오면서 농지를 집어삼키고 심지어 교회를 폭삭 무너뜨리기까지 했다는 수백 년 된 기록들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빙하는 “인간과 함께 진화해온 풍경의 일부”라고 영국 로열홀러웨이런던대학교의 빙하학자 베단 데이비스는 말한다.
 
스위스에 있는 론 빙하의 2007년, 2016년, 2021년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이 짧은 기간 동안 빙하가 녹은 규모를 알 수 있다.
PHOTOS: JÜRG ALEAN(ALL)
손실이 지속되면서 빙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빙하가 녹은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든다. 2000년 이후 빙하로 인한 해수면 상승폭은 거의 1.5cm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그린란드로 인한 해수면 상승폭보다 크고 남극 대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폭보다는 두 배나 큰 수치다.

지구 전역에서 발생하는 해빙 현상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이 진일보했다는 증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위성 관측 자료가 더 많아지고 이에 대한 접근도 쉬워지면서 빙하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빙하에 대해서도 디지털 고도 모형을 구축하고 그 부피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처리하며 빙하의 전진과 후퇴를 높은 정확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여기에 1800년대 이후에 빙하를 관측한 결과를 더하면 신음하고 있는 빙하권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지구 전체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면 지역적으로 나타난 극적인 변화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네팔에서는 1960년대 중반에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 수심이 깊은 호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발표된 연구에서 데이비스는 현재 면적의 비율로 측정했을 때 파타고니아 지역의 얼음이 1만 1000년 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책임 소재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1850년 이후에 발생한 빙하 손실의 거의 대부분이 온실가스로 인한 것이며 인간의 간섭이 없었다면 더욱 규모가 커졌을 빙하도 일부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 인한 손실량은 10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빙하에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는 한 번에 해결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우리가 오늘 당장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빙하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녹은 후에야 비로소 안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1세기 중반 이후 빙하의 운명은 우리가 바로 지금 얼마나 신속하게 탄소 중립을 실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5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기후과학자 탐신 에드워즈가 이끄는 연구진은 각국 정부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 정책과 공약이 유지된다면 2100년까지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13cm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가 더 빠르게 대처해 기온 상승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한 목표치인 1.5℃로 제한하면 손실되는 빙하의 양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현재로써는 전 세계에서 상당한 양의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데이비스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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