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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를 지닌 살아 있는 화석

글 : 에이미 맥키버 사진 : 로랑 발레스타

투구게류는 4억 5000만 년 동안 해저에서 살아왔다. 현재 녀석들은 의학계에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뾰족한 꼬리와 전투용 헬멧처럼 생긴 껍데기를 지니고 10개의 다리 중 여덟 개의 끝에 날카로운 집게발이 달린 투구게류는 약 4억 5000만 년 동안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해저 바닥을 누벼왔다.

녀석들은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에서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인간 틈에서 살아남는 것은 녀석들에게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투구게류는 식량이나 미끼로 남획되고 있으며 해안 개발로 인해 녀석들의 산란지가 파괴돼왔다. 하지만 투구게류는 녀석들의 푸른 혈액 때문에도 대량으로 포획된다. 이 혈액에는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귀한 응고 물질이 함유돼 있다. 투구게류의 혈액이 사람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녀석들이 죽는 경우가 많다. 혈액을 일부만이 아닌 전부 빼내는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탱크처럼 생긴 투구게 한 마리가 판가탈란섬의 산호초를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다. 이 산호초는 맹그로브 식목 작업과 인공 산호초 조성 활동의 덕을 봤다. 퇴구강(‘다리가 입에 붙은 구조’라는 의미)에 속하는 투구게류는 갑각류보다는 거미류와 전갈류에 더 가깝다.
투구게의 개체수는 지난 60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필리핀 판가탈란섬에서는 이 종이 놀랍게도 회복력을 상징한다. 수년간 이 섬에서는 4.5ha 면적의 땅이 황폐화됐다.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고 석탄을 생산하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불태우며 다이너마이트와 시안화물을 이용한 남획으로 산호초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2011년이 되자 몸길이 약 38cm의 투구게가 일대에 남은 가장 큰 생물에 속하게 됐다.

이제 해양보호구역이 된 판가탈란섬에서는 다시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산호초를 복원하고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노력을 통해 많은 동물들이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다.

투구게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덕에 녀석들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증가했다. 환경 보호 운동가들은 이를 통해 서식지 보호 조치가 더 강력해지고 투구게의 혈액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합성 대체물이 광범위하게 도입돼 투구게가 우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줬듯 우리도 투구게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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