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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은 어떻게 고리를 갖게 됐을까?

글 : 나디아 드레이크 사진 : NASA 외 다수 기관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독특한 행성인 토성이 고리를 갖게 된 시기와 원인, 그 각도에 대해 오랜 기간 논쟁을 벌여왔다.


고리가 없는 토성은 정말이지 밋밋해보인다. 블로거 제이슨 코트케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사진을 사용해 만들어낸 것처럼 고리를 지운 토성은 태양계에 있는 행성 중 가장 개성이 없는 모습을 띠게 된다. 물론 이 행성의 극지방에서 육각형 모양의 소용돌이나 멋진 사이클론이 관측되기는 하지만 토성의 평범한 표면은 수채화 같은 줄무늬가 돋보이는 목성이나 선명한 푸른빛의 해왕성,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대기로 뒤덮인 금성에 비하면 화려함이 전혀 없다.

녹이 슨 듯 보이는 화성이 더 흥미롭게 보일 정도다. 

다행히도 45억 년 전의 어느 날, 우주가 지구의 이웃인 이 행성에 개성을 부여해줬다. 토성 둘레에 얼음으로 이뤄진 밝고 커다란 고리계를 만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토성의 고리가 형성된 시기나 애초에 고리가 생겨난 원인에 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다.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토성이 생겨났는데 그때 고리도 함께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한참 뒤에 따로 형성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이를 통해 고리의 기원뿐 아니라 행성과 고리계, 위성계로 이뤄진 토성계 전반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리들과 위성들이 서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 소속의 천체물리학자 메리암 엘 모우타미드는 말한다.

이 수수께끼는 특별히 관심을 끈다. 태양계에서 가장 멋진 장관에 속하는 광경들, 이를테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작아보이게 만들 만큼 거대한 화성의 협곡이나 목성의 대적점, 달의 남극 지역에 있는 거대한 분지 등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대개 일치하는 편이다. 반면 토성의 고리는…

“토성의 고리는 특별합니다. 태양계에 그렇게 거대한 고리는 또 없는 데다 무척이나 밝습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에요. 그렇다보니 고리의 형성 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죠.” NASA 아메스 연구 센터의 제프 쿠치는 말한다.

이 의문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보통 두 진영으로 나뉘는 편이다. 첫 번째 집단은 토성의 고리가 태곳적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40억여 년 전, 토성이 형성될 때 고리도 같이 생겨났으며 토성은 단 한 번도 밋밋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집단은 고리가 훨씬 뒤에, 그러니까 지난 몇 억 년 사이에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최초로 토성을 그린 그림 이후로 토성에 대한 묘사도 큰 진전을 보여왔다. 위에서 아래로: 1610년에 갈릴레오가 처음으로 관찰한 토성의 모습; 이후 1616년에 성능이 더 좋은 망원경을 통해 묘사한 토성의 모습; 천문학자 조반니 카시니의 1676년 출판물에서 묘사된 토성의 모습. WORLD HISTORY ARCHIVE/ALAMY STOCK PHOTO
“두 가지 가설 모두 탄탄한 논거가 있지만 맹점도 있습니다.” 엘 모우타미드는 말한다.

이 두 가설 사이에는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파괴다. 고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전에 분명 혜성이나 위성 같은 얼음으로 된 물체가 파괴되면서 대격변이 일어났을 것이다. 어쩌다 토성에 매우 가까워진 그 물체는 토성의 중력에 의해 셀 수 없이 많은 얼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이 조각들 중 소수는 집채보다도 큰 반면 나머지는 크기가 매우 작다. 대부분의 조각이 깨끗한 물로 이뤄진 눈부신 얼음덩어리지만 좀 더 어두운 색을 띠는 고리도 하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산이 조각난 이 잔해들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고리계를 형성했다. 이 고리계의 폭은 약 27만km에 이르지만 두께는 고작 약 10m에 불과하다.

고리가 토성과 함께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대격변이 토성의 형성 초기에 발생했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불안정한 물체가 행성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는 일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한 견해에 따르면 거대한 행성들은 처음부터 현재 위치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이동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 작은 크기의 수많은 물체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 물체들은 우주의 탁구공처럼 사방으로 내던져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태양계 형성 초기의 혼돈 속에서 얼음으로 된 물체가 조각나 토성의 고리가 되는 것은 그다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토성의 고리가 토성과 함께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보는 가설에 따르면 토성의 위성 중 일부도 고리를 형성한 잔해들로부터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행성으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진 잔해들이 자체적으로 덩어리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중립적인 입장을 버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고리가 오래전에 형성됐다는 가설이 나중에 형성됐다는 가설보다 더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래요. 하지만 반대 의견에 대한 더 그럴듯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기꺼이 의견을 바꾸겠어요.” 엘 모우타미드는 말한다.

문제는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됐다고 하기에는 토성의 고리가 너무 백옥같이 하얗다는 것이다. 적어도 고리가 나중에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며 입장을 고수한다. ‘오염 이론’으로 불리는 이 주장은 태양계 외곽의 어두운 먼지들이 고리와 충돌하면서 고리의 밝기를 떨어뜨리는 속도에 초점을 둔다. 간단히 말해 약 40억 년간 우주 먼지를 뒤집어쓴 토성의 고리는 목성의 고리만큼이나 거무죽죽하고 평범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과학자들은 NASA의 카시니 탐사선을 이용해 토성 고리의 질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고리에 태양계 나이만큼 쌓인 먼지를 흡수할 물질이 없으며 고리가 여전히 깨끗해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카시니 탐사선은 토성계에 빨려 들어간 먼지의 양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는데 그 결과 역시 고리가 나중에 형성된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산산조각이 나 고리를 형성할 만큼 커다란 물체가 토성의 중력의 영향을 받을 만큼 토성에 근접했을 가능성은 무척 낮다. 태양계 형성 초기의 혼란스러운 시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보이저 1호는 1980년에 최초로 토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REGENTS, UC SANTA CRUZ
만약 갑자기 날아든 물체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 아니라 토성이 자신의 위성 하나를 파괴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제기된 두 가설은 토성이 사실은 자신의 위성 하나를 집어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에 제기된 첫 번째 가설에 따르면 약 1억 년 전, 토성계가 이동하면서 태양의 중력에 의해 토성의 내부 위성들의 궤도가 바뀌어 위성들이 서로 충돌하게 됐고 결국 토성 주위에 잔해로 이뤄진 고리가 생겨났다. 이 가설은 토성의 일부 위성의 역사가 짧아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토성 고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일부 위성이 파괴됐다가 재형성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에 제기된 두 번째 가설은 토성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거대 위성 타이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억 년 전, 서서히 멀어져가던 타이탄이 가상의 위성 ‘크리설리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타이탄의 중력에 의해 토성 쪽으로 밀려난 크리설리스는 결국 산산조각이 나 고리가 됐다는 게 이 가설이 주장하는 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가설들 중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쿠치는 “논쟁은 과학에 도움이 되며 모두가 납득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게 아니라고” 본다.

토성의 고리가 나중에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은 항성이 폭발하고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와중에도 우주는 영원하다고 믿는 우리의 통념에 제동을 건다. 쿠치의 말처럼 우리가 잘 알고 사랑하는 우주의 모습은 극적으로 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토성의 고리가 나중에 생겼다는 가설 또한 인간이 운이 좋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우연찮게도 진화를 통해 망원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우리 인간이 우주에서 토성이 선사하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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